트롤과 도리안은 삼각형의 등을 만들기 위해 목 뒤쪽이 철봉에 거의 닿을 정도로 몸을 끌어 올리는 친업이라는 철봉 동작부터 시작했다. 서로 시작 운동 동작은 같았다. 하지만 각자의 특기가 있듯이 트롤은 리버스 친업이라고 친업의 역함수에 해당하는 동작으로 넘어 갔고 도리안은 렛 풀다운이라는 대괄호 기호 같은 바아를 잡아당기는 대원근과 광배근 운동을 한다. 도리안 그 동작 후 백 렛 풀다운이라는 역함수 동작으로 넘어가서 능형근에 등 근육 조각을 새긴다. 이때 트롤은 대 능형근을 발달시키는 시티드 로우라는 노를 젓는 듯한 동작의 등 운동으로 자신의 털 난 등에 조각을 새겨 넣는다.
결코 져서는 안 된다. 도리안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동자승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질 수 없는 경기다. 엄청나게 큰 덤벨을 들고 원-암 뎀벨 로우라는 광배근 운동을 실시한다. 땀이 나는 도리안의 몸은 여름바다 모래 위에 눈부신 조개 조각처럼 빛이 난다. 트롤 역시 숨을 헐떡이며 바벨 벤트오버로우를 실시한다. 양쪽에 역기 알을 하나씩 하나씩 등식의 성질, 좌 우변에 똑같은 수를 더하여도 그 등식을 성립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역기알을 좌우로 늘려 운동의 강도를 높인다. 정말 시간은 빨리 간다. 이제 남은 시간은 없다. 비너스의 판정을 기다린다. 도리안과 트롤 비너스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등을 보이며 최대한 힘을 주며 펼친다. 일단 줄자로 등짝의 넓이를 재는 비너스. 트롤의 등짝 넓이는 가로 3m. 엄청나다. 괴물이 아니고서야. 아, 트롤은 괴물이지. 이제 도리안의 등짝을 잰다. 도리안 엄청난 힘을 등에 집중시킨다. 모든 핏줄이 다 튀어나올 정도로. 아참 도리안은 핏줄이 없지. 몸에 피가 없으니. 하지만 도리안의 등짝의 가로 길이는 2m70cm. 아무도 말이 없다. 동자승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도리안 역시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아참, 도리안은 피가 없으므로 핏기가 간다는 말은 맞지 않지. 하여튼 도리안의 안색은 밝지 않다. 트롤 자신의 송곳니를 드러나며 두 팔을 위로 치켜 올린다.
비너스, 카론에게 눈빛을 보내자. 카론, 자신의 죽음의 배를 천천히 강가에 대며 다가온다. 이제 한명을 그 배위에 태워 저승으로 보낼 것이다. 약속대로 진 쪽의 근육을 모두 빼내서 앙상한 상태로 카론이 배 위에 실게 될 것이다. 비너스 트롤을 가리키며 트롤의 근육을 빼내려 정령의 기운을 보낸다. 아니 왜 트롤이 진 것일까? 결과에 불복하는 트롤, 비너스에게 달려들어 비너스의 양팔을 물어 뜯어버린다. 비너스의 양팔이 물어 뜯김과 동시에 트롤의 몸 속 근육은 비너스의 정령기운에 빨려들었다. 트롤의 몸은 앙상한 형태로 변한다. 그러자 카론이 노로 트롤을 때려죽이고 자신의 배에 실어 이승을 저어 저승으로 데려간다. 양팔을 잃은 비너스. 양팔을 잃음과 동시에 그 몸속에 있는 허수라는 수 역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현실(실수)에서는 허수(i)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두 팔을 잃고도 퇴색되지 않는다. 또한 이때부터 밀로의 비너스상처럼 비너스는 두 팔이 없는 상태로 알려 지기 시작된다. 그럼 왜 비너스는 도리안의 승리라고 말한 것일까? 그 해답은 도리안의 등 근육에서 찾을 수 있다. 도리안의 등근육은 수학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좀 알아야 한다. 트롤의 등짝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삼각형처럼 크기 만 하다. 그래서 내각의 합이 180도 인 삼각형의 등짝일 뿐이다. 하지만 도리안의 뛰어나온 삼각형의 등짝은 곡률이 양수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를 넘어간다. 삼각형의 밑면의 길이는 트롤이 더 길지 모르겠지만 위로 불쑥 튀어나온 도리안의 등 근육은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2직각, 즉 180도를 훨씬 넘긴다. 그 결과 각의 크기에서 도리안의 월등히 우세했던 것이다. 각선미를 중요시 여기는 비너스로서는 각의 크기의 합이 큰 도리안의 승리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너스의 판정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기인하였기에 절대 공평치 못한 판정이 아닌 것이다. 동자승과 도리안은 밀로의 비너스에게 합장하며 인사하고 자신들의 길을 다시 떠난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은 동자승 요셉의 마음도 약간은 가벼워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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